테크회사직장인

PMF 와 MVP

SashaLee 2022. 5. 4. 22:42

오픈채팅방에서 어떤 분이 면접에서 'PMF 와 MVP 중 무엇이 먼저냐?' 라는 질문을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지셔서 그에 대한 내 생각을 간략히 적었는데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둔다. 

 

1. PMF(Product - Market FIT)와 MVP(Minimum Viable Product)는 무엇이 먼저오고 다른게 뒤에오는 종류의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PMF를 찾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품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여기에서 애자일하게 진행하기 위해 MVP를 수립하여 빠르게 출시-검증-피봇팅/개선을 반복하는 것이지 그 두가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무엇이 먼저 오고 다음에 다른 게 오는 그런 종류의 개념은 아니다. 

  

2. painpoint는 존재하지만 솔루션은 없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찾아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가며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하는지, 아니면 이미 검증된 시장에서 충분히 차별화된 전략과 상품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인지에 따라서 다르다고도 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고 이 두가지가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3. 사실 PMF를 찾았다면 굳이 MVP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이미 유저와 시장의 니즈가 검증된 제품이라면 최소기능제품이 아니라 제품의 완성도와 기능고도화에 집중하면서 시장에서 어떻게 우리 프로덕트만의 고유한 피처를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어떻게 우리 프로덕트가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고, 어떻게 우리 비즈니스에 해자를 만들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보통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의 경우(따라하기 힘든 원천기술이나 대규모의 인프라가 필요한 경우, 법으로 보호받는 라이센스 등과 결부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 대규모 자본투자를 유치하여 기술 또는 고정비용에 대해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기술우위를 확보하거나 전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것이 그런 방법이 된다.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라면 브랜딩을 통한 포지셔닝이 엄청 중요할 것이고, 생산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화 또한 매우 핵심적인 이슈가 될 것이다. 

  

4.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쿠팡의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다고 느껴왔던 이유도 좀 더 명확해진다. 쿠팡의 경우 이미 확실한 니즈가 존재하는 시장에 '로켓배송'이라는 자신들만의 피쳐를 무기로 대규모 자본을 유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성장한 상태지만 적자폭 역시 줄이지 못하고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 (덕분에 주가도 꾸준히 우하향중...) 쿠팡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마존도 15년동안 적자였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아마존이 미국 시장을 장악해나가던 시절과 지금의 한국 시장은 성격이 너무 다르다. 미국의 경우 거대한 면적의 땅덩어리 때문에 배송에 필요한 물류인프라를 갖추는데 필요한 비용이 한국과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컸고 시장지배자도 없던 시장이다. 아마존은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고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했던 경우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고정비용을 투자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는 것. 게다가 당시 미국 온라인 쇼핑은 주문하면 기본 2주 걸리고 배송 추적도 당연히 안 되며 기존에 존재하는 배송 인프라도(우체국 포함 각종 택배 서비스들) 엄청 낙후된 상태였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았다. 리테일에서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온라인 침투율도 매우 낮았던 상태다. 반면 쿠팡은 이런 면에서 아마존이 가졌던 그 어떤 이점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불어 비용 효율화에 관련된 문제도 매우 큰 상태인데, 이 내용은  브런치의 서점직원님이 매우 잘 풀어 써주셨다. https://brunch.co.kr/@fbrudtjr1/44 물류센터 화재나 사고들이 터져 나오는 걸 보면 시스템적으로 효율화해서 코스트를 줄이지 못하니 사람을 갈아넣고 안전비용을 쥐어짜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나면 네트워크 이펙트와 해자가 생기는 모델이긴 한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내용 추가)

5. MVP가 (제품이 아니라 피처 단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기에) 프로덕트의 런칭 시점에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반면 프로덕트의 런칭 시점에 MVP가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거 같다. 모든 VC에서도 강조하는 내용이고. 최근 공유된 토스 이승건 대표의 PO Session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얼핏 들으면 실패와 마음가짐에 대한 것 같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 교훈은 아무리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이 원하지 않고, 유저가 찾지 않는 제품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https://youtu.be/Tmj1HEFnKpE